[책]<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사랑해요 초엽! 나를 SF 소설의 세계로 초대한 충격적인 첫 작품

모순
조회수 118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어쩌면 일상의 균열을 맞닥뜨린 사람들만이 세계의 진실을 뒤쫓게 되는 걸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세상이 원치 않았던 존재로 태어난 릴리. 세계에서 배제된 릴리. 그러나 악착같이 살아남아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가능성을 입증한 릴리 다우드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릴리는 자신의 삶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는 못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스펙트럼>

우주에 지성 생명체들이 없던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지구인들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


<스펙트럼>

오랜 시간동안 희진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것, 관념적인 것, 감각의 바깥에 있는 것들을 다루어왔다. 원래 희진의 세계는 현미경 속에, 정량화된 데이터 속에, 그래프와 숫자 속에 있었다. 


<스펙트럼>

할머니는 무력하고 유약한 이방인이었기에 한대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고작해야 그들의 어린 개체만 한 몸집에 그들을 해칠 만한 어떤 힘도 무기도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다시 만날 때는, 우리는 더는 유약한 이방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도구를 가져갈 것이다. 그들에 관한 정보를 눈으로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말을 분석하고 그들의 문자를 분석할 것이다.

루이와 할머니의 관계는 재현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공생 가설>

평론가들은 류드밀라의 작품이 어디에도 없는 세계를 묘사해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세계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생 가설>

"이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함꼐 살아달라고 빌어야 할 것 같은데. 그들이 떠나면, 우리는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특성들을 잃게 되니까." "과연 인류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할지 궁금하군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다른 은하까지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고작 100년을 조금 넘는 사이클에 맞추어져 있었고, 그중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는 수십 년에 불과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물론 그런 중에도 누군가는 성간 항해 기술에 다른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우주에 수많은 '벌레 구멍'이 있다는 이론이 그 일례였다. 우주는 거대한 사과와 같고, 벌레들이 파먹어놓은 구멍들처럼 우주의 곳곳에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고차원의 웜홀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자네에게는 흘러가는 시간이 붙잡지 못해 아쉬운 기회비용이겠지만, 나 같은 늙은이에게는 아니라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 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감정의 물성>

부정적 감정 라인은 판매되는 물량에 비해 실 사용량이 적대요. 다들 쓰지 않아도 그냥 그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언제든 손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


<감정의 물성>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왜, 보면 콘서트에 다녀온 티켓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사진도 굳이 인화해서 직접 걸어두고, 휴대폰 사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누군가는 아직 폴라로이드를 찾아요. 전자책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도 여전히 종이책이 더 많이 팔리고 음악은 다들 스트리밍으로 듣지만 음반이나 LP도 꾸준히 사는 사람들이 있죠.


<감정의 물성>

그냥 실재하는 물건 자체가 중요한 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물성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게 의외로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거든요.


<감정의 물성>

마치 충동체를 흡입하기라도 한 것처럼,


<감정의 물성>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까?"


<감정의 물성>

우리가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오직 감정 그 자체였던가?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의미가 배제된 감정만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을 단순히 물질에 속박된 동물로 전락시키는 일이 아닐까? 애초에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조차도 궁극적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않은가?


<감정의 물성>

보현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발목이 잡혀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녀를 억압하고 있었다.


<감정의 물성>

'우울체'가 그녀의 슬픔을 어떻게 해결해주는가?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감정의 물성>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나는 허공중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




<관내분실>

임신 8주는 위험한 시기다. 자연유산 대부분이 이 무렵에 일어나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겹게 들었다. 이 시기에는 복용할 수 있는 약도 별로 없는 데다가,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소한 일도 모두 유산이나 태아 발달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인간의 형상은커녕 제대로 된 신경계조차 구축하지 못한 세포가 어떤 살아 있는 인간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지니는 셈이다.


<관내분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관내분실>

빈정거리는 지민의 앞에서 엄마의 표정이 변했다. 엄마가 그렇게 상처받은 표정을 지을 때마다 지민은 통증 같은 슬픔을 느꼈다.


<관내분실>

동시에 지민은 배 속에서 심장이 뛰고 있을 아이를 생각했다. 아직 지민이 어떤 애틋함도 느끼지 않지만, 언젠가는 사랑해야 하는 한 아이를.


<관내분실>

엄마는 지민을 사랑했던 것이 맞을까. 그건 사랑이었을까. 사랑할 수 없는 관계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엄마와 지민은 더 불행해진 게 아닐까.


<관내분실>

지민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엄마의 흔적은 왜 단 하나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단 말인가. 엄마의 유품 상자에도 지민의 물건들 중에도, 엄마를 특정할 물건 하나가 없었다. 엄마는 세계에서 분리되어 있었다. 인덱스가 지워지기 전에도.


<관내분실>

한 사람의 자아는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성장하고, 배우고, 반응하고, 노화하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변형되지 않는 마인드는 영혼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은 시점에서 고정되어버린 일종의 박제된 정신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우주 저편을 보기 위해서 인간이 본래의 신체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인간의 성취일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얻어 꼭 써보고픈 표현과 단어



* 외연 : (1)일정한 개념이 적용되는 사물의 전 범위. 이를테면 금속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서는 금, 은, 구리, 쇠 따위이고 동물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서는 원숭이, 호랑이, 개, 고양이 따위이다. (2)가장자리나 둘레.

* 이중맹검 : 약의 효과를 판정할 때, 피시험자에게 노출된 독립 변인의 수준을 피시험자 및 연구자가 모르도록 진행하는 연구 방법. 위약 효과의 간섭이나 검사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 중론 : 여러 사람의 의견.

* 논파 : 논하여 남의 이론이나 학설 따위를 깨뜨림.

* 가소적 : 물질에 열을 가하여 휘발성 성분이 없어지다. 또는 휘발성 성분을 없애다. 예를 들면 석회석, 탄산 마그네슘 따위에 열을 가하여 산화 칼슘, 산화 마그네슘 따위를 만드는 것이다.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