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힘을 잃고 바스라지던 나에게 닿은 동료들의 말. 고마웠어요!

모순

오늘 퇴사했다~~~! 가장 오래 다녔던 회사, 가장 결이 안 맞았던 회사, 가장 동료들과 성향이 달랐던 회사, 그럼에도 가장 많은 친구가 남은 회사.

마지막 날까지 힘들어하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안 그래도 퇴근길에 미안한 감정으로 훌찌럭거리면서 왔는데. 결국 모든 편지와 선물을 다시 꺼내보고 대성통곡하고 만다. 다들 편지 왜 이렇게 잘 쓰세요? 소리 내서 엉엉 울다가 동료들이 준 응원들을 자랑스레 올려본다. 작성자가 너무 티 나는 부분은 적당히 편집했습니다. 사랑해 이 사람들아!



- 내가 이곳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 진연희. 정말 당신이 없었다면 지난 시간을 어떻게 지냈을까요? 앞으로도 오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제 인생에 나타나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 마침 오늘 읽던 책에 딱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사실, 사람들은 때로 완벽하게 계산하고 행동하는 합리적인 인간보다는 서투른 열정의 인간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곤 하지 않던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매미가 오래 살기를 바라며 흐느끼는 사람에게 매료된다고. 매료된 이들은 텍스트를 남기고, 남겨진 텍스트는 상대를 불멸케 한다. 연희가 생각나는 구절이라 편지에 함께 담아요.


- 우리 여니 고생 많았다. 매번 말했지만 ㅎㅎ 연희의 감성이 너무 좋아서 함께 일을 하자 했는데 흔쾌히 수락해 줘서 고마웠고 잘 담아줄 그릇을 제대로 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했다. 연희에게 힘든 기억보다는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던 곳이길 바라며 마지막을 축하하고 응원한다.


- 연희는 안 그런 척하지만 '뜨거운 사람'이에요. '따뜻함'이 넘쳐서 뜨거운 사람. 내향적이라서 사람들 많이 만나고 그러는 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그렇게 내어준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한 번 마음을 받은 사람은 꼭 다시 그 온기를 찾게 하는 사람. 나도 그런 마음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사람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에도 마음이 넘쳐서 뜨거운 연희가 고마우면서도 때로 마음이 쓰였던 건, 꺼내놓은 그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스스로 상처받을 때도 있어 보였기 때문일 거예요. 어떻게든 식지 않게 불 지피려는 노력에 일이 따라주지 않고 온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일 때, 연희가 저러다 다 타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어요.


- 어디서 지나가다 눈썰미라는 말이 눈의 지혜라는 뜻이라는 걸 보고 바로 연희맴이 떠올랐답니다! '지혜'의 순우리말인 '설믜'가 남아있는 말이래요. '눈썰미' 눈의 지혜라는 뜻이라고 해요. 연희맴의 눈의 지혜를 너무 좋아합니다. 저는 연희맴의 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멋지고 좋아요.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사용자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 디테일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 고생했던 만큼 많은 이의 축복 속에 나가길 바라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좋아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기대치 이상을 해냈으면 좋겠어요! 이곳은 그릇이 참 작아지는 밀폐 용기와도 같아서 연희맴을 담아내기엔 벅차고 부족한 곳인 것 같아요.


- 연희맴을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본부장님이 1차 면접에서 연희님이 보기에 저는 어떤 사람일 거 같냐는 질문에 소신 있게 사람을 쉽게 평가하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을 때가 정말 충격이었거든요. 세상에 이렇게 생각이 깊은 사람이 있다니! 하면서 놀랐고, 또 감동했었어요. 첫인상이 좋았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면 어떨까? 하고 자연스레 기대하게 됐는데, 약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연희맴은 정말 완벽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네요. 연희맴은 그 누구보다 배려심이 깊고, 온화하고, 타인의 슬픔에 잘 공감하고 위로해 주고, 귀엽고, 일에 욕심이 있는데 또 잘하기까지 하고! 아이디어가 넘치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 연희맴은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본인이 하는 일에 욕심 많고 열정도 넘쳐서 '아, 나도 저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욕심이랑 열정 많아서 콘텐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고 개선까지 도맡아서 진행하고! 그리고 엄청 꼼꼼하고 세세해서 실수도 없고. TMI라고 구구절절 얘기한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이쪽이 더 친절해서 이해하기도 쉽고 한눈에 알아보기, 파악하기엔 좋은 것 같아요 :)


- 몇 달째 퇴사하는 팀원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비슷한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신경 써서 쓰는데, 그럼에도 제일 먼저 쓰고 싶다고 떠오르는 말은 결국 '고마워요' 네요.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줘서. 화를 내고 울면서 일할 만큼 팀에 애정을 가져줘서. '내가 할 일이라서'보다는 '팀원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일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져줘서. 그런 마음으로 (나는 잘 하지 못했던) 팀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역할도 해줘서. 이 모든 마음들로 나도 도움을 받아서.


- 편지 구구절절 걸이라고 쓰셔 놓고도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제 자존감을 빈틈없이 채워주셔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용 🥰😍 제가 생각한 연맴만의 재주 같아요.


- 저는 솔직히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렇게 살가운 사람도 아니고, 사람을 처음 마주하면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따뜻한 말과 행동을 하는 연희맴이 옆에 있으니, 저도 연희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 저에게 연희맴은 정말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항상 부러운 점이 많았어요.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어느 분야든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취향,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열정... 다 너무 멋져서 부러웠어요!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 낭만 있는 사람인데 제게 연희맴은 그 낭만이 가득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퇴사하고 제 취향에 대해 조금 알아보려구요...! 연희 손민수 갑니다.


- 본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나의 취향이나 기준이 확고하다는 점은 개인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 + 제 친구들 중에서는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생각하는 기준이라던지 요런 게 애매해서 주변에 휩쓸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연희맴은 그런 거 없이 본인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어서 좋게 보여요 ㅎㅎ 앞으로도 연희맴의 좋은 점, 장점만 살려서 멋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사실 지금도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지만...)


- 연희맴은 마지막을 위해 준비한 비상약품 꾸러미도, 그리고 이 편지 봉투 안에 넣어주신 향기 솔솔 향지까지도 정말 군더더기 없이 '연희맴스러운' 마지막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간 것 같아요. 무슨 이유로 이렇게 열심히 남은 이들을 특별하게 챙겨주겠어요... 그래서 더더욱 저도 그런 모습과 배려, 인품까지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요.


- 여니맴과 맥주 한잔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몰라요! 생각이 많으시고, 가끔 걱정도 많으시고, 가끔 눈물도 흘리시지만 :) 그 내면이 누구보다 단단한 여니맴! 저도 모르게 회사 생활하며 심적으로 마니 의지했던 분이 바로 여니맴이신 것 같아요!


- 우린 성격이 정말 다르지만 취향이 참 비슷하고 일할 때도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어 나름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답니다. 나랑 왜 노는지 물었던 거 기억나죠? 그땐 연희맴의 대답만 들었는데 나도 반대로 생각해 봤어요.

1.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2. 잘 들어준다. (은근 어려운 덕목)
3. 섬세한데 감각적이다.
4. 울면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
5. 나를 선하게 만들어 준다.
6. 구구절절 걸인 게 웃기다.
7. 모순을 인정하고 글로 표현할 줄 안다.
8. 스타일리쉬하다.
9. 설명을 자세하고 친절하고 알아듣기 쉽게 해 준다.
10.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정도가 있겠어요. ㅋㅋㅋ 적고 나니까 무슨 평가지 같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봤어요. 언젠가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저 열 가지를 떠올려 보세요. 최소한 1%는 기분이 나아질 테니.


- 연희맴... 연희님... 연희야...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저릿해지는데 이건 사랑인가요...? 연희맴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게 있으면 가져다주고, 맛있는 게 있으면 먹여주고 싶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딸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겠죠...? 내 딸아...


- 1년 전부터 간절히 바라던 이 날이 드디어 왔네요.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순간이 정말 많았는데 잘 버텨준 연희맴이 진짜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얼레벌레 돌아가는 곳은 잊고 꼭 연희맴과 어울리는 멋지고 트렌디한 회사에 들어가셔요!! 무조건 가능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몸 챙기면서 푹 휴식 즐깁시다! 깊은 수면도 하고 맘껏 책도 밤새서 읽고!


- 어제 우산 선물 받고 너무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비올때마다 연희맴이 생각날 것 같아요! 그 떠오르는 생각까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 사랑하는 마케팅 올라운드 천재 여니맴~! 여니맴이 너무나 힙한 머리와 예쁜 셔츠를 입고 입사하셔서 수줍게 서로 인사를 나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수줍음이 많으시지만 일하실 때는 너무나 멋있게 돌변! 누구나 인정하는 정말 마케팅팀 천재이자 보물 여니맴을 이곳에서 알게되어 정말 너무 감사했어요! 여니맴의 책임감 있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며 사회생활 처음인 저도 정말 마니 배웠답니다! 저는 여니맴의 분야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정말 모두가 말하듯, 여니맴은 그 어딜 가셔도 최고다라고 찬사받으실 분인게 분명해요! 그대에게 이곳은 너무 작은 무대!


- 체제가 변하게 되면서 이것저것 스트레스가 많았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업무를 마무리 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는 뒤가 흐린 편이라 노력하다가 살짝 대충 마무리 해버린 적도 많은데, 연희맴은 항상 꼼꼼하게, 진심을 담아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매거진이나 페이지들 완성본을 보면 많은 것을 찾아보고, 적용해보고, 수정하고 했겠구나~ 라는 게 느껴졌거든요. 연희맴은 에디팅 업무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 퇴사하기 너무 좋은 날입니다. 같이 페이지 만들고 아이디어 주고 받는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어요.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같이 달려갔던 순간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같이 일할 때마다 너무 든든했습니다. 연희맴의 디자인도 볼 때마다 감탄 많이 했습니다. 디자인적으로 배운 점도 많고, 기획안도 너무 좋았어요! 연희맴의 좋은 감각과 취향이 작업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걸 팬의 마음으로 지켜봤어요! ㅎㅎ




내 감정 오늘 필요 이상으로 과로 중...

선물도 전부 너무나도 감사해요...







+) 그리고 이건 예고편.


- 최근에 트위터에서 작업 열심히 하는 디자인 전공생을 봤는데 갑자기 저도 제 작업을 하고 싶더라구요. 그 시작으로 연희맴의 퇴사 선물 카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희맴을 위한 선물 꾸러미를 보면서 큐레이션 컨셉으로 선물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씨드키퍼의 컨셉을 빌려서 마인드 키퍼 키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직접 디자인해서 선물했을 때 연희맴이라면 이 작은 디자인 활동에 더욱 깊게 공감하며 봐주실 것 같아 재밌게 만들었어요!



응... 맞아요. 내 퇴사 축하를 위한 선물을 직접 큐레이션하고, 키트를 디자인해서 주다니 내가 어떻게 울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나의 작은 디자이너 짝꿍이, 영광스럽게도 내 퇴사 선물을 기점으로 개인 작업물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미쳐버려. 내가 감히 이렇게 자꾸 받아도 될까 싶은 마음에 쑥스러워서 고마워요, 집에 가서 찬찬히 보고 가장 예쁜 곳에서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라고 하고 얼른 덮었는데 나 방금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읽고 사진 찍으면서 울었어요. 기다려봐요 내가 답장으로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