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지구 멸망을 앞두고 시작한 채식

모순


사상 최악의 산불, 몇십 년 만에 찾아온 대홍수, 도로 표지판이 녹아내리는 미친 더위・・・.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아니, 당장 지난여름에 내 몸으로 느꼈다.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들었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구나. 우리는 지금 멸종 직전이구나.


여름에 입는 검은색 옷은 열을 흡수해 훨씬 덥다. 모순도 한여름에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가 얼굴에 열이 확 올라 터질 뻔한 적이 있다. 지구 온난화도 같은 맥락이다. 빙하는 하얀색, 바다는 검은색 옷. 인간의 삶이 오존층을 파괴하고 걸러지지 않은 햇빛이 빙하를 녹이면 바다의 면적이 넓어지며 검은 바다는 열을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지구 온도가 1℃만 올라도 이상 기후가 관측되고 2℃가 오르면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 산성화가 진행되며 3℃가 오르면 아마존의 사막화, 4℃가 오르면 많은 도시가 물에 잠기고 마침내 6℃가 오르면 생명체의 전멸에 도달한다고 하는데 북극은 2016년에 비해 벌써 1.9℃가 올랐다고 한다. 지구는 인류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어떤 학자는 2040년에 우리 종이 완전히 사라진다고도 본다. 저번 기사에서 닷새 만에 그린란드의 빙하가 410억 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아포칼립스 영화의 인트로 같지 않은가. 아무리 지구온난화를 외쳐도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이제는 정말로 흘려들을 수 없는 때가 왔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이 뭘까. 빨대? 비닐? 플라스틱? 의외로 가축으로 길러지는 소와 돼지라고. 소의 트림과 방귀, 가축 분뇨에서 메탄가스가 어마어마하게 배출되고 그들을 기르는데 곡식이 수억 톤씩 소비된다. 소고기 1kg가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약 25.6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으로 따지자면 자동차 16억대가 내뿜는 수치와 맞먹는다고도 하고.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는 경제학의 기본 이론대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섭취를 전시하면 전시할수록 가축은 많이 길러지고, 탄소는 어마어마하게 배출되어 오존층은 사라져만 간다. 반대로 말하자면 내가 1kg의 소고기만 줄여도 약 25.6kg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거겠지. 물론 개인 몇 명보다 기업이 만드는 쓰레기와 탄소 배출의 비율이 월등히 높겠지만 일단 나 한 명이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고기를 줄여나가면 되겠다. (그리고 인간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히게 된 소와 돼지에게도 몹쓸 짓이다・・・.) 정신 차리자. 완벽하진 않을지언정 적어도 지금보다는 미니멀을 가까이하고 고기를 멀리해야 한다. 착한 척 환경을 위하는 척이 아니라 40도가 넘어가는 이상 기온에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모순은 여름을 싫어한다. 당장 더워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원래 땀과 짜증이 많고 여름 색이 어울리지 않는다(중요). 꾸준히 투덜댔지만 2021 여름은 예년의 불쾌지수를 넘어서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들리는 뉴스와 몸으로 느껴지는 더위의 무게가 농담이 아니었다. 거창하지만 모순은 인류의 멸종, 지구의 고열을 막기 위해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 데이를 보내기로 했다. 아직 고기를 완전히 끊기는 어려워서 일주일에 딱 하루만! 익숙해지면 차차 늘려가자. 평일엔 일을 하니 식단 구성하기 어려워서 주로 일요일에 도전하는 중.



아무리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 채식 = 샐러드 or 다이어트 ) 라는 선입견이 남아있다.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 굉장한 절식으로 느껴지나 보다. 고기 빼고 다 먹어도 되는데~ 감자칩,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는 웬만하면 오케이다. 쌀, 파스타 면 등도 당연히 먹을 수 있고 심지어 비빔밥, 파전 등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식에도 채식 메뉴가 참 많다. 물론 겸사겸사 다이어트 식단이나 건강식으로 구성하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사실 채식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 더군다나 일주일에 하루라면.


모순이 일주일에 한 번 도전하고 있는 락토-오보 식단은 육류, 가금류, 생선 등 동물성 고기를 제외한 식단이다. 야채구이, 비건 라구 소스와 함께한 파스타, 곤드레 나물밥, 유부초밥, 메밀소바, 샌드위치, 고기 뺀 커리 등 다양하고 맛있게 보내고 있다. 7번 중 한 번 정도는 해산물까지 섭취하는 페스코 채식을 하기도 한다. 고기를 슬슬 줄여나가다 완전한 채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지. 완벽한 비건 라이프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꽤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더 이상 인류가 물러날 곳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2050년에 인류가 멸종한다는 건 진짜일지도 모른다. 모른 척 살고 있지만 사실 우리도 피부로 느끼고 있잖아. 고기 끊어! 비인간적인 행위야! 라고 말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채식을 강요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채식하는 사람을 유난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하고, 고기 한 점을 먹을 때 생기는 나비효과를 인지하고 행동하자. 나 말이야 나.